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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성
[달콤한 그대]
w. 우리은하(@galaxy_pp)
02. 점장의 이야기
조용히, 아무도 없는 아침의 거리에 점장이 나타난다. 점장이 코너를 돌기 전까지만 해도 길에는 평범한 아침 8시의 모습이었지만, 그가 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이상한 나라로 들어선 것처럼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문 앞에서 가방 안의 열쇠를 들어 잠긴 문을 열고는 롤리팝 손잡이를 잡고 문을 활짝 연다. 분명 점장의 뒤는 밝게 빛나는데, 남자의 앞은 어둠이 내려 앉아 있다. 문을 닫자 마법처럼 어둠이 기다렸다는 듯이 점장을 삼키지만, 곧 반짝거리며 하얀 불빛이 깜빡거리며 켜지며, 어둠 위 다시 색을 입힌다.
'CLOSE'를 뒤집고, 메고 있던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들고 가게를 천천히 한바퀴 돌아본다. 빠진 재고가 없는지, 전에 단골들의 주문이 들어설 자리를 살핀다. 인기가 없는 상품은 아쉽지만 새로운 상품을 위해 자리를 비켜준다. 나보다는 많은 사랑을 받아, 전의 상품이 점장의 손에 들린 채, 새로 진열된 상품에게 속삭이듯이 말을 전한다. 새로운 상품은 말을 하지 않지만 점장도, 전의 상품도 알 수 있다.
-고마워. 너의 사랑도 내가 다 받아줄께.
점장은 언제나 이 순간을 좋아한다. 교체되는 상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달콤한 장면은 점장이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다. 새로 진열하고, 먼지를 털고, 꼼꼼히 장부를 정리하고, 아직 들어오지 않은 주문들의 현재 상황을 체크한다. 아차, 싶어 시계를 보니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시간은 마치 달콤한 사탕처럼,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곤 한다.
첫번째 손님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점장은 그저 빙그래 웃는것으로 첫번째 손님을 맞이한다. 총총총, 작은 소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른쪽으로 향하더니, 곧 작은 키세스 초콜릿을 한웅큼 들고는 카운터로 온다. 까치발을 해도 닫지 않은 카운터는 소녀에게 너무나도 높은 장벽이다. 울쌍을 지은 소녀를 보며 몰래 미소를 지은 점장은 직접 문을 열고 카운터에서 나온다. 작은 생명은 언제나 귀엽다. 소녀의 눈을 마주치며 무릎을 굽힌 점장은 소녀가 들고 있는 초콜릿을 달라는 듯, 손을 내민다. 그런 점장에게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초콜릿을 건네고는 점장은 다시 카운터로 돌아갈 때까지 주머니에서 뒤적거리더니, 파란 종이 한장을 꺼낸다. 점장은 보랏빛 포장지에 초콜릿을 담고, 빨간 왕관이 달린 포장끈으로 정성스럽게 포장을 마치고, 다시 카운터로 나와 소녀에게 건낸다. 소녀는 연신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는 파란 종이를 건내고 예쁘게 포장 된 초콜릿을 건네받았다.
"오늘은 빨간 왕관이야!"
점장의 포장끈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소녀는 방방 뛰며 좋아한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작은 종달새 한마리를 연상시키는 소녀는 정말 종달새 처럼 살짝, 점장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소녀가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카운터의 옛 전화기가 울린다. 장식이 아니라, 엄연히 점장의 오랜 친구이다. 전화를 받으니, 단골 손님의 주문이다. 여름감기에 걸려 집에서 나오지 못해, 배달을 부탁하는 전화이다. '달콤한 가게'는 정확히 10명의 손님을 위해 존재하는 가게이다. 10명의 손님들은 VVIP, 방금의 소녀처럼 자주 들리거나 정해진 시간마다 오는 손님들은 VIP이다. 나머지 손님들은 가끔 온다. 아주 우연히 가게를 발견해 호기심에 이끌러 오는 평범한 손님들. VVIP는 최고급의 혜택을 누린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예약해 원하는 시간에 사갈 수 있으며, 배달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점장의 존재를 안다. 그의 이름, 나이, 과거까지. 모든것을 아는 VVIP고객들은 점장의 오랜 친구이자 특별하다. 여름감기에 걸린 손님은 쟈스민과 허브 티, 그리고 '오늘의 추천' 사탕을 1KG 주문했다. 점장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구니를 들고 쟈스민과 허브, 그리고 '오늘의 추천' 사탕을 와르르,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파란 종이에 포장을 하던 도중, 마법 추가 주문을 소녀에게도, 여름감기의 손님에게도 묻질 않았음을 깨달았다. 원래도 나른한 점장은 오늘따라 더욱 나른해 보인다. 눈을 한번 천천히 감았다 뜨며, 다음 손님에게는 마법 추가 주문을 확실히 해야 겠다며 다짐을 한다. 미안한 마음에, 옆의 보름달 모양의 포스트잇에 '첫번째 손님인 소녀의 서비스'를 적고 여름감기 손님에게는 특별한 포장끈으로 포장을 완료했다. 카운터 위의 자신의 하얀 노트북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몸을 일으켜 배달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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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여름감기를 날려버리라는 의미에서 시원한 파란색을 띈 포장지로 곱게 포장되어 있는 배달을 든 점장은 여전히 나른하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버스정류장에서 11번을 타고, 4정거장을 지나쳐 내린 동네에서 점장이 내린다. 또다시 횡단보도를 건너고, 큰길을 쭉 걷다 톡 튀어나온 오솔길로 방향을 바꾸더니 구불구불한 좁은 오솔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어느새 눈앞의 높은 아파트에 다다른 점장은 망설임 없이 한 건물로 쏙 들어간다. 익숙하게 12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12층에 다다르자 1212호로 가 벨을 꾹 누른다. 지금까지의 점장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배달을 한다. 곧 잠시만요-라는 가느단 목소리가 새어나오더니 문이 벌컥 열리고, 이불을 둘둘 둘러싼 한 남자가 연신 콜록거리면서 점장과 마주선다.
"큼큼, 아 승현이 형! 미안, 갑자기 걸리지도 않은 여름감기에 걸려서 부득이하게 배달을 하게 되었어. 콜록, 가게는 잘 잠그고 나와- 콜록."
"그러게, 깜짝 놀랐다. 너가 여름감기라니. 제일 튼튼하던 너가 말이야. 아직도 열이 많아? 기침을 계속하네."
"콜록콜- 켁켁. 큼큼, 어제 저녁부터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더니 결국 이렇게 된거야. 이만원 맞지? 여기."
점장은 한번도 드러내지 않던 표정을 처음으로 비추더니, 여름감기 손님에게 배달을 건넨다.
"마법 추가 해 달라는 주문을 깜빡 잊고 받질 못해서 특별히 포장끈을 달리 했어. 오늘 밤, 창문 밑에 올려두고 자는데, 올려놓기 전에 손에 쥐고 소원 하나만 빌어."
파란색 포장지를 꽉 묶고 있는 하얀 조개 껍데기 두개가 쌍으로 달려 있다. 여름감기 손님이 살짝 건드리자 두 조개가 맞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낸다.
"와! 형, 이거 진짜 예쁘다. 마음에 들어. 고마워!"
"뭘. 얼른 감기나 나아라."
이불로 목부터 발끝까지 꽁꽁 감싸느라 얼굴만 톡 튀어나와서는 밝게 웃으며 감사를 전하는 여름감기 손님의 진한 갈색 머리를 쓰다듬는다. 점장의 특별한 이들에게만 하는, 그의 의식같은 행동에 여름감기 손님은 헤헤 웃으며 점장이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그를 배웅하듯, 가만히 자리에 서 있는다. 그리고 그새를 참지 못하고 벌써 입에 딸기맛 사탕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중얼거린다.
"역시 승현이 형네 사탕이 제일 맛있고 만병통치약이라니까."
점장은 더 이상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다시 아파트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좁은 오솔길을 지나 큰길로 다다른다.
"어어- 비켜주세-"
꽝!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점장과 자전거는 부딪혀 점장은 엉덩방아를, 자전거는 한걸음 앞으로 넘어진다.
"으으-"
마치 짠 듯, 점장과 자전거는 동시에 앎는 소리를 낸다.
"괘-괜찮으세요?"
점장은 자신보다 더 놀라고, 다쳤을 자전거에게로 다가간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자전거는 팔꿈치를 살핀다.
"아"
다쳤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자전거의 왼쪽 팔꿈치에는 길고 커다랗게 쓸린 상처가 선명했고, 양 손의 손바닥에는 작은 생체기들로 얼룩져 있다. 어쩔줄 몰라하는 점장과는 반대로 아까부터 덤덤한 자전거는 가만히 허둥거리는 점장을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선다. 아프지도 않은가, 점장은 놀라며 아무것도 못한 채 자전거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흠, 저 괜찮아요. 어짜피 자전거 도로도 아니었는데, 속도를 높인 제가 바보죠. 그쪽을 보지 못한 제 잘못이니,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에도 발만 동동 구르는 점장을 가만히 보다 결국 안심하라는 듯이 쐐기를 박는다.
"저, 이래봐도 의사에요. 이것 정도는 연고만 바르면 되요. 정말이라니까요?"
여전히 안심하지 못한 점장은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하나 꺼내 자전거에게 건낸다. 작은 종이에는 검은색으로 정갈하게 '달콤한 가게, 점장 최 승현'이라 쓰여 있다. 뒤집으니 한 가운데에 점장의 핸드폰 번호와 작게 약도가 그려져 있다.
"어, '달콤한 가게'? 여기는 무슨 가게에요?"
"오시면 아세요."
씩, 맞춰 보란 식으로 웃고는 점장은 고개를 살짝 숙여 자전거에게서 멀어진다. 마치 명함을 주는 것만 기다렸다는 듯이, 미련없이 훌쩍 가버린다.
"흠... '달콤한 가게'라..."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명함을 주머니에 쏙 넣고는 황급히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야, 너 어디냐-"
넘어진 채 뒷바퀴만 데구르르 구르던 자신의 자전거를 챙기고 자전거는 성큼성큼 걸어간다.
대나무들의 부딪힘이 마치 자신에게 이제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아, 점장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여름감기 손님의 배달을 갔다 오는데 이렇게 힘들줄이야, 흐느적거리며 카운터로 들어간 점장은 곧바로 털부썩, 엎어진다. 장부도 다시 짜야 하고, 배달에 대한 것도 예산 정리 해야 되고, 명함도 한장 더 챙겨야 하는데... 머리속으로는 해야 할 계획이 끝도 없이 나타나지만 점장의 몸은 물 먹은 솜마냥,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점장의 귀가길은 마치 블록버스터급으로 이상했다. 자전거와의 충돌 이후로도 버스 정류장에서 어린 아이가 흘린 망고 아이스크림으로 바지도 더러워졌고, 버스에서는 분명히 자리가 남아있는데, 괜히 자신의 자리를 탐낸 한 할머니가 보내는 시선과 투덜거림에 속도 울렁거리고, 가게로 향하는 마지막 길에서는 정말 억울하게 시비가 붙어서 경찰까지 충돌해 심히 곤란했던 점장이다. 다행히 모여있던 행인들의 증언으로 점장은 무혐의에 오해를 받게 해서 미안하다는 경찰의 사과까지 받았다. 다시 생각해도 많이 당황스럽다. 멍하니 알록달록한 자신의 가게를 아무런 생각없이 바라보던 점장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천장의 불빛은, 점장의 피곤함을 아는지, 어둠을 불러와 점장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짜잔! 2편에서는 점장님의 이야기가 나와요!
후훗 아무것도 모르셔도 좋아요. 누가 글을 읽는데 두번째 장에서 이해를 해요.
일부러 이 글의 분위기를 차분하고, 달콤하고, 파스텔 톤이 생각나게 쓰고 있어요.
3편은 어떨까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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