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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성

탑성 - 달콤한 그대 05

우리_은하 2016. 10. 29. 02:48

 

탑성

 

 

[달콤한 그대]

 

 

w. 우리은하(@galax_pp)

 

 

05. 점장의 슬픔

 

 

 

 

톡.톡.톡.

멍하니 계산대에 엎드려 손가락을 두드린다. 이것은 점장의 오랜 버릇이다. 초조할 때, 슬플 때, 그리고 외로울 때 등 허전한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로 채우겠다는 행동이다. 점장은 아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다.

 

'안와...'

 

VVIP의 방문은 없다. 배달또한 없으며, 여태까지 와야 할 손님은 모두 왔다 갔으며 새로운 손님도 두명 정도 더 왔다. 그런데도 점장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의 긴 바늘은  어느 새 12시를 넘어서 1시에 가까이 있으며 긴 바늘은 12를 향해 달리고 있다.

 

"형! 여름감기 완쾌! 기념으로 오랜만에 들렸지!!"

 

밝고 활기찬 목소리와 움직이는 대나무들. 점장이 기다려 온 순간이지만, 아니다.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온 이를 확인하고는 다시 널부러 진다.

 

"나 왔는데?! 헤, 진짜네! 형이 시름시름 앓다는 소문이!"

 

벌써 VVIP들에게 싹 다 퍼진 점장의 몸상태는 최악이다. 힘없이 고개를 까딱일 뿐, 아무런 대꾸가 없자 여름감기는 엎드린 점장과 눈을 마주치며 궁금증을 해소하기 시작한다.

 

"형이 앓는 이유가, 이번에 새로 단골이 되었다는 그 남자 때문이야?"

 

끄덕끄덕. 원하는 주제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해진 점장이다.

 

"흐-음. 단골이 생기면 좀 더 기뻐해야 하는거 아니야?"

 

왜이렇게 비실거려, 있던 단골도 도망가겠다. 형 보면. 혼자 말하고 킥킥 대는 여름감기에게 점장이 웅얼거린다.

 

"대성씨.."

 

"응?"

 

"안와..."

 

"..."

 

할말을 잃고 어이없다는 듯 점장을 바라본다. 실은 남자의 경우는 흔했다. 단골의 문턱까지 다 왔는데 한걸음 뒤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단골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점장과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초창기 VVIP인 여름감기 또한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뭔가가 특별하다. 지금까지의 점장은 그들이 돌아서든 결국 단골이 되든 간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손님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점장이 이틀 안왔다고 축 쳐져서는 아무런 일도 안한다는 거야? 흥미롭기도 하고 그런 점장이 한심해지는 순간이다.

 

"왜 하필 대성씨야?"

 

"..응?"

 

"다른 이들과 다른 취급, 특별 취급이야?"

 

"어..?"

 

"이거 뭔, 단골이 아니라 VIP로 올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음..?"

 

"에?"

 

"..."

 

"..."

 

"...모르겠어"

 

어휴, 둔하다. 둔하디 둔해. 평소 고객들의 취향도 단박에 알아차리고, 센스가 넘쳤던 점장은 어디 가고 멍청하게 손님을 특별취급조차 하는 줄도 모르는 얼빵한 점장만이 여름감기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대성씨가 안오니까 어때?"

 

"신경쓰이고 우울해져"

 

간략해서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무슨 행동을 했지?"

 

"...?"

 

고맙긴, 취소다 취소. 연애를 한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처럼 멍청하게 기다리는 일만 하고 있다. 움직이라고!

 

"좀, 생각해봐!"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 줘라. 여름감기가 되리 안달나 발을 동동 구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점장은 축 늘어져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다. 이러니 속이 타지, 속이 타. 결국 내가 도와줘야 하나. 남의 연애에는 끼어들지 않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여름감기이지만 친한 형의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해, 등이라도 떠밀어줄 겸 손을 뻗기로 한다.

 

"지용이 형이 그랬어"

 

"...아... 권지용... 그새 또 입 털었어..."

 

"형 점심도 거르면서 기다린다면서?"

 

"...점심..?"

 

삶이 무기력해진 것인가. 한심하게 내려다보며 다시 물어본다. 점심 먹었어?

 

"지금 몇시야..?"

 

"뭐? 지금 1시 반이 넘었어! 형 한끼라도 굶으면 엄청 예민해지는거 아니었어?"

 

"아..."

 

남자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머리속에 꽉 차 다른 생각은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점장은 그제서야 계속해서 밥달라고 난리법석을 치는 자신의 배를 느낀다. 그러고 보니 저녁도 깨짝깨짝. 남자 생각으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먹은 것이다. 새삼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먹지 않으니 이런 건가, 생각한다.

 

"그래서인가..?"

 

아니라고!!! 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건데!!!! 답답해 점장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 것을 겨우 참은 여름감기는 또다시 손을 뻗는다.

 

"원래 아침 몇시에 문열지?"

 

"10시"

 

"오늘 몇시에 나왔어?"

 

"...7시"

 

점장의 집에서 '달콤한 그대'까지의 거리는 약 2시간. 그런 점장은 거의 잠도 못자고 바로 일어나서 다시 가게로 와서 남자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혹시나 점심시간에 들리지 못해 아침 일찍, 회사 가기 전에 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하루라도 달콤한 간식을 먹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 진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일찍 열었다. 자신이 밥을 굶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서 몸이 무거운 것이구나.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듯한 행동에 기가막힌것은 여름감기다.

 

"내가 신청한 야자수 초콜릿, 인기 없어?"

 

"아니"

 

남자도, 많은 손님들도 좋아하는걸. 왠지 여름감기가 들으면 또 한소리 할 것 같아 이 말은 그냥 삼킨다. 아, 말을 삼키니까 목구멍에서 달디 단 마카롱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다. 말하지 않길 잘했네.

 

"근데 왜 갑자기 물량을 늘려?"

 

"어?"

 

"내가 점장이야? 이 가게의 방침이 뭐야! VVIP의 특별 주문한 제품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물량을 늘리지 않고 일정 기간동안만 판매한다, 아니야? 근데 야자수 초콜릿은 이미 일정 기간을 훨씬 넘겼어! 근데도 물량도 갑자기 늘려? 왜?"

 

남자가 좋아하니까. 달콤하게 삼킨 말이 또다시 달큰하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마지막 날 서비스로 주길 잘했다며 혼자 실실 웃는다. 그때 남자의 표정은 정말이지, 머릿속의 갤러리에 커다랗고 화려한 액자에 걸려 있다.

 

"아까 왜 나보고 실망했어?"

 

"어? 응? 아냐, 나 너 보고 안실망했어"

 

"어딜 누굴 속이려고. 나 다 봤거든? 문 열리니까 꼬리 흔들면서 좋아하다가 나니까 축 쳐져서 다시 꼬리 숨기고. 못봤을 줄 알아?"

 

이건 사실이다. 점장 또한 자신이 눈에 띄게 실망했던 걸 기억하니까. 이 시간대에는 손님도 없고 오직 남자만이 출입하는 시간이라 당연하게 남자일 줄 알았건만, 여름감기여서 그래. 실망했다.

 

"ㅁ-"

 

"아- 아냐. 어차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똑같이 했을 것 아니야?"

 

맞아.

 

"상대가 대성씨가 아닌 이상, 형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을 거야"

 

...맞아.

 

"종합해 볼까? 점심도 거르면서 기다리기. 혹시나 아침 일찍 오지 않을까 아침 7시에 나와서 가게 문 열고 기다리기. 야자수 초콜릿 물량과 기간 대폭 늘리기. 마지막으로, 오지 않아서 실망하고. 이게 무슨 행동이겠어?"

 

"..."

 

"좋아하는거잖아! 답답아!!"

 

답답이. 자신이 좋아한다는 감정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여름감기는 놀란 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점장을 바라보면서 알 수 있다. 이 사랑은, 험난하겠구먼. 힘을 내요, 얼굴도 모르는 대성씨. 형을 잘 부탁해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응원과 엄마같은 말을 하고 미련없이 초콜릿 코너로 몸을 돌린다.

 

한편 점장은 여름감기가 외친 답답아보다 좋아하는거잖아에 충격을 받았다. 좋아하는거? 내가 이 가게를 좋아한다는 의미? 친구들을 좋아한다는 의미? 무슨 의미지? 머리 터지도록 의미를 부여하려 했지만 결국 여름감기가 불쌍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가게를 나갈때 까지 점장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에 앞서,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먼 이야기다. 이 점장에게는. 결국 가게의 문을 닫고 나서야 점장은 다른 일반 고객보다는 특별하고, 단골보다 더 의미 있고, 또한 VVIP들만큼 소중한 사람, 으로 정의를 하고 나서야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을 사먹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답답한 웅어리가 점장의 가슴을 무겁게 짖누르고 있는다. 무엇인가 점장을 짖눌러 숨을 쉴 수 없다. 겨우 숨 쉴 공간을 만들었지만 무엇인가를 치우지 못하였고 그것의 정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느껴진다. 점장은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자꾸만 이런 기분을 외면하려고 한다. 외면을 하면 내일은 남자가 올까 안올까라는 생각으로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당신은 나에게 숨 쉴 공간을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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