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뇽토리 전력 100분
[너를 위해 빌어 / 보름달]
빌어보다
w. 우리은하(@galaxy_pp)
"아바마마!"
꺄르르- 황태자 저하- 어디 계시옵니까-
"연아, 가 보지 않아도 되겠느냐. 궁녀들이 너를 찾는것 같은데."
"가지 않습니다. 아바마마와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더욱 좋습니다."
"그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
"! 홍상궁이 알려 주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음력(陰曆)이라 하였습니다."
"그래 연아, 빌 소원은 정하였느냐."
"소원, 무슨 소원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고개를 갸웃, 아직 8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황태자는 궁녀들의 눈을 피해 사라국(事邏國)의 황제의 방으로 들어가 의문을 품었다.
"태자, 사라국事邏國의 의미를 아느냐."
"예, 일 사事, 순행할 수邏, 나라 국國을 쓴 '임금이 나라 안을 두루 살피며 일을 돌아보는 나라' 입니다."
"그래. 조내관이 제대로 알려주었구나. 나는, 사라국의 황제이다. 백성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을 하지. 태자 너 또한 황제가 된다면 백성들의 소원을 들어 주게
될 것이다."
"그럼 아바마마께서는 아바마마 개인의 소원을 빌지는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그래. 그리고 그것은 너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럼! 전 이번 음력陰曆에는 아바마마를 위한 소원을 빌 것이옵니다!"
"하하. 태자. 마음만으로도 고맙구나."
"아니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백성들을 위해 소원을 비는 것이니, 저는 아바마마를 위해 빌 것이옵니다. 이것이 아들로써의 도리옵니다."
"그래.. 태자."
"네 아버님! 소원은 무엇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직, 어리구나. 황제 이 승현, 올망졸망하고 자신을 꼭 닮은 아들을 바라보며 말을 삼켰다.
너만큼은, 절대로 그에게로 가서는 안된다.
빌어보다
2時辰 전(4시간 전)
"황제 폐하."
"무슨 일인가."
"옆나라 초영국(招影國)에서의 전갈이옵니다."
눈살이 찌뿌려지는 것이 앞서는 건, 너와 나의 거리가 멀다는 일종의 인정認定하는 것인가.
보나마나 또 백지겠지, 라는 생각에 생각없이 펼친 서신에는 글씨가 작다고 착시가 일어날 정도로 단 세글자만이 큰 종이위에 쓰여 있었다.
초영국招影國. 그림자를 부르는 나라 - 가 표면적인 뜻이지.
-----------------------------------
그가 보낸 서신은, 백지든 의미 없는 자신의 근황으로 빽빽히 차 있어 검은 종이라 착각이 들때든, 지금처럼 글자만 달랑 글자 하나만 쓰여 있든
승현을 의도치 않게 그와 보냈던 시간으로 보내준다.
이번 서신은 그가 승현에게 초영국招影國의 진짜 의미를 알려 주는 날로 보내 주었다.
마치 서책에서만 보았던, 벛꽃잎이 흩날리는 연못 앞에서, 비단옷을 화사하게 차려 입은 두 남자아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은 철저한 제 3자라는 듯, 승현은 가만히 뒷짐을 둔 채, 두 아이를 조용히 바라보앗다.
밝은 노란 옷과 화사한 꽃이 수놓은 아이와 달리, 다른 아이는 밋밋한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승현아.'
'...'
'너는 나라가 있잖아. 사라국. 나는, 내 나라를 만들거야.'
'이름은, 정했어?'
'에- 역시 현실적이다니까. 그럼! 초영, 초영국.'
'...ㄸ-'
'뜻은 그림자가 부르는 나라.'
누구를? 이라고 묻고 싶었지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던 그 날.
'너를,'
숨이 턱하게 막히도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소를 띄우면서 나를 밀었던 너.
미치도록 아름다운 너지만 나는 너의 그 빛만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나.
첨벙-
한 아이는 연못으로 빠졌고, 다른 아이는 풀썩 주저앉아 무릎 사이로 얼굴을 숨긴 채, 어깨만을 들썩이고 있었다.
'태자 저하!'
곧 요란한 소리를 들은 궁녀와 내관들이 우루루 달려오고, 물에 빠진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와 그 앞에 주저앉아 있는 아이를 번갈아 가면서 입을 떼었다.
'또, 너냐.'
'저는- 아니옵니다.'
거짓말.
'정말.. 이옵니까 태자 저하.'
거짓말이야.
'.......응'
거짓말인데.
'태자 저하, 연못이 깊지 않아 다행입니다.'
'고뿔에 걸리시면 어쩌려고 가만히 앉아 계십니까. 의원을 부르겠습니다.'
모두가 연못에 빠진 아이만을 바라본 채, 주저앉은 아이에게는 그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다.
승현은 모두가 빠져나가고도 가만히 주저앉은 아이에게 가만히 다가갔다.
왜 그랬어. 왜 날 밀었어. 근데, 이런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났어. 아까 안내관이 너에게 경고를 주었을 거야.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한 채, 아이는 그대로 일어났다.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풀이 무성하게 뽑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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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초라 짓지, 왜-"
"네?"
"초영국의 황제는 언제 온다는 것이냐."
"아, 보름달이 뜨기 반시진 전에 온다 하였사옵니다."
"그래. 반시진이냐."
매년 그가 사라국으로 오는 날은 달랐다. 새해에 오는 날도, 추분에 오기도, 갖가지 핑계를 대며 사라국으로 불쑥불쑥 오곤 했다.
초영국에서 사라국으로 가는 사신은 1년에 1번 이상은 들락날락 거리지만 사라국에서는 단 한번도 가질 않았다.
빌어보다
두시진 전 분명히 서신을 받았다 하지 않았느냐.
그- 그것이, 황태자 저하께서-
황태자, 황태자! 말해보거라. 황태자와 황제 중 높은 이는 누구지? 황태자인가?
여- 여긴-
사라국에서도, 초영국에서도 황제보다 높은 이는 없다. 알겠느냐?
예- 예!
"시끌거리던 소리가 나더니, 초영국의 황제 아니십니까."
"ㅇ-"
"아바마마! 소신 소원을 정-"
"연. 손님이 오셨으니 이제 궁녀들에게로 가거라."
"...예...."
불쑥, 승현은 월궁으로 가는 오솔길에서 익숙한 두 형체에게 무표정으로 다가갔다.
깜짝 놀라는 박내관과 달리,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남자가 승현을 맞이한다.
그리고 승현의 뒤에서 쏙 나타난 한 물체, 황태자 이 연. 인상이 험학해지는 남자.
연이 박내관과 함께 떠나자, 승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얼굴 좀 피지? 왜이렇게 연이를 잡아먹질 못해 안달인거야."
"난 저 새끼 얼굴만 봐도 토가 차올라."
"권지용!!!"
초영국 황제, 권지용. 사라국의 연맹귀족 중 몰락한 권씨의 장남 아들로, 어렸을 때부터 궁에 자주 드나들었으며, 사라국 황태자 이승현의 유일한 벗이었다.
"너, 알 수 없어."
"뭘."
"나한테 하는 태도부터 연에게 하는 태도까지. 모든걸 알 수 없어. 의문투성이라고!"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하! 밑도끝도 없이 보내대는 서신, 무례하게 불쑥불쑥 찾아오고, 심지어 연이에게 하는 태도는 뭐야! 그리고-"
"...그리고?"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지용의 표정을 보고 멈칫, 하는 승현. 이 이상 말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의 진실을 알릴 수는 없다.
"아무것도-"
"뭐가 아무것도야. 이승현, 당장 말해."
"예의를 지키시죠."
"너부터 예의 안지켰잖아. 갑자기 격식 차리는 건 뭐야?"
"야!!!!!! 권지용!!!!!!!!!!"
어렸을 때부터,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권지용 앞에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벙어리처럼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귀머거리처럼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고, 또한 병신처럼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보름달에나 소원을 빌어."
"뭐? 지금 장ㄴ-"
"내가 우리 나라 백성들은 물론이고, 너의 나라 백성들의 소원까지 빌터이니 너는 너의 소원을 빌어. 그 망할 놈에게 너의 소원을 맡기지 말고."
말하는 꼬라지 봐. 그리고 내 말하는 꼬라지 봐.
아바마마께서 살아계셨다면 엄하게 혼내셨을 텐데.
나는 또다시 멀어지는 너를 병신처럼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빌어보다
소원 뭐 빌꺼야?
"소원, 뭐 비지."
음, 내일부터 살 빼게 해 주세요?
"나를 위한 소원이라."
기지배- 들고 있는 그 양꼬치부터 버려라-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꺅 내가 이걸 왜!!
"정말 어렵군.."
아까 덕순이가 너 주었잖아. 멍청하게 해실거리면서 받아든 너가 바보지.
"가만, 근데 내가 왜 이걸 생각하는 거지?"
야!!!!! 꽃님이 너!!!!!!
"이건 내가 정하는 내 소원이잖아?"
메롱-
"권지용이 뭐라 했든, 난 내가 비고 싶은 걸 빌면 되는 거잖아."
아핳하- 병신년-
"...."
다리 위에 앉아 있으니 듣기 싫은 것도 들리는군. 승현은 어이 없다는 듯이 우다닥 뛰어다니는 궁녀 둘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사라국에서는 특별하게 보름달에 비는 소원을 특별한 고운 종이에 적어 강에 띄운다.
신분이 어떻든, 성이 어떻든, 나이가 어떻든 간에 이날은 몇 안되는, 모두가 평등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날이다.
"황태자 시절에는 직접 띄우곤 했는데."
황제가 되니, 소원을 적은 종이를 궐 노비들에게 주면 알아서 띄어 준다.
화려한 비단옷만 없으면 아무도 자신을 몰랐던, 자유롭던 황태자 시절은 여전히 승현에게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썩어버린 달콤한 꿀이다.
"황제 폐하, 이제 슬슬 소원을 적으실 시간이옵니다."
"아, 박내관. 언제 왔나."
"방금 왔습니다. 어서 월궁으로-"
"알았네."
월궁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밝다. 등불을 밝힌 것이 아닌, 오로지 별빛으로 환히 밝혀진 길을 걷고 또 걷다 보면 보름달 아래 반짝이며 위풍당당하게 세워 있는 월궁을
볼 수 있다.
'권지용.'
그리고 월궁으로 가는 길목에는 승현과 지용만이 아는 비밀장소가 있다. 스쳐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 승현은 여전히 밋밋한 초록색의 비단옷을 입은 지용이
킥킥거리며 승현과 약과를 나누어 먹는 장면을 보았다.
'월궁으로 가는 순간까지 너가 생각나네.'
이건 반칙이다. 항상 나쁜 기억밖에 존재하지 않은데 왜 내 눈에는 좋은 기억으로 왜곡되어 보이는건지. 짜증난다,
"박내관, 빨리 오지 않고 뭐하나!"
"-예, 예 황제 폐하."
약과는 중요한 제삿날을 대비한 연습상에 올릴 귀한 약과였고, 권지용은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내 이름을 대가면서 궁녀들을 협박했다.
그 길로 나는 아버지에게 눈물나게 혼이 났고 권지용은 안내관의 눈치만 받았다.
안내관은 지용에게 무제한의 눈치만 준다.
빌어보다
너만 생각나네.
월궁에 가만히 앉아 밖에서 보채는 박내관을 무시한 채, 승현은 새하얀 종이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하루종일 권지용 생각밖에 하지를 않았다.
그리고 하루종일 권지용 생각하는건 17년간 지겹도록 하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너가 있으니까, 진짜로 떼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승현은 모든 것을 안다. 지용또한. 그들 사이의 비밀은 없다.
그저 승현의 철처한 외면뿐이 존재할 뿐이다.
승현은 지용이 자신을 데려오기 위해, 사라국을 멸망하기 위해 19살때 사라국을 훌쩍 떠나 초영국을 세웠다는 것을 안다.
연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8년전 죽은 누님의 아들인것을 지용은 안다.
지용이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힌 것은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지용의 일가족이 몰살당했고 가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지용의 알 수 없는 괴롭힘 후의 행동 또한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승현은 외면했을 뿐, 모든것을 안다.
그리고 오늘로써 이 외면을 끝낸다.
결심을 하고 붓을 드니, 마음이 홀가분하기 그지없다.
"박내관!"
"황제 폐하, 늦었사옵니다! 황제 폐하께서 마지막이옵니다!"
"어서 띄우고 오게나."
"예-"
"박내관."
"예, 황제 폐하."
"수고했네."
"...예"
총총 뛰어가는 박내관을 바라보던 승현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방긋 웃었다. 가볍다.
"어이."
"에- 예?!"
"그거,"
"이.. 이것 말씀하시옵니까."
"그래, 그거 ㅇ- 아니 사라국 황제의 소원종이지?"
"그렇긴- 합니다만."
"줘"
"예???!!!!!"
"내가 띄운다."
"아- 아니, 이- 이게-"
"사라국 내관들은 모두 말더듬인가? 행동도 굼뜨군. 황제에게 전해야겠어."
"여- 여기 있사옵니다..!"
"줄 것이면 진작 줄 것이지."
탁-
"그럼."
갓을 쓰고 훌쩍 사라진 사내에게 홀린 듯, 박내관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초영국 황제가 왜...?'
"이승현, 이게-"
[초영국 권지용이 아닌, 권지용으로. 사라국의 이승현이 아닌, 이승현으로. 나를, 너를, 우리를 위해 비는 소원.]
"이승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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