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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성 전력 114분
[ㅇㅇ이야, 나야?]
덕후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악!! 악!!!!! BB너무 좋아!!!!!"
"시끄러워!! 너 덕질은 너네 집에 가서 해!!!!"
"그치만 너네 집이 와파가 잘 잡힌단 말이야!!!!"
"그냥 가!!!!!!!"
"싫어!!!!!! BB형들 봐야 한단 말이야!!!!!!!!!!!"
늦은 밤. 11시 30분에 소리를 꽥꽥 지르는 두 남자. 한 남자는 컴퓨터를 붇잡고 꺅꺅 소리를 지르고 있고 또다른 남자는 그런 남자를 한심하게 쳐다본다.
BB. 무슨 글자의 약자인지 여전히 미스테리인 데뷔 5년차인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리더 G, 랩퍼 T, 보컬 Y,D,V로 구성된 팀은 혜성처럼 반짝이며 나타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2016년 10월 30일 자정에는, BB의 정규 3집인 'maintain'이 발표된다.
승현은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머리가 더 터질 것 같은 지독한 느낌을 받는다. 대성을 아주 잘 아는 승현으로써는 그가 와이파이가 빵빵 잘 터지는 자신의 집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 매우 골치가 아팠다. 당장 F가 코앞인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대성은 그저 불청객일뿐이다.
"아 그놈의 BB, BB. 넌 BB가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냐?"
"설명해줘? 너 과제 F 만들어줘?"
"죄송합니다. 앞의 컴퓨터로 다시 고개를 돌리시고 열심히 BB 덕질 하십시오"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전에 웃자고 넘긴 말에 죽기살기로 달려들어 지금의 대성이 되었다. 아무튼, BB 얘기만 나오면 진심이 되어 버린다니까. 다시 컴퓨터로 몸을 돌린 대성을 빤히 바라보던 승현은 문득 지난날의 대성이 생각났다.
'푸하하! 너가? 너가 대학을 간다고?'
'그렇다면?'
'와, 엄청 당당하네. 그럼 너 서울대 붙으면, 내가 소원하나 들어주마! 돈도 좋고, 노예계약도 좋고'
'좋지. 그 말, 약속한거다?'
"야야야야야야야 어떡해 서버 폭파되었어!!!!"
한창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대성의 다급한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거 가지고 지금 내 과거회상을 방해해?
"아 그럼 피씨방 가던가!"
"병신아!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벌써 피씨방 다 찼지!!!!!!"
현재 시각 11시 50분. 정규 3집이 발매되기 약 10분 정도 남은 시각이다. 대성의 말로는, 이번 정규 3집의 55555명에게 초특급 한정판 선물이 증정된다고 한다. 자신은 그것을 무조건 가져야 한다고 일주일 전부터 빽빽 소리를 지를때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래,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발매일이 과제 마감일이라는 것과, 우리 집이 와이파이 천국이라는 것, 그리고 한정판 선물이 증정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강대성을 피씨방으로 보냈을 것이다. 자, 여기서는 맘껏 소리질러도 되! 열심히 구매하렴~ 아디오스~ 할 수 있었다.
"내가 병신이지..."
"어??!!! 그거 G 솔로곡 가사인데!!! 너도 G 솔로곡 들었구나!!!"
"아 몰라 그딴거!!! 그냥 말한거거든? 너는 뭐만 하면 BB 얘기로만 빠지냐!!!"
"당연하지!!! 팬들 눈에는 내 가수가 뭘해도 이쁘고 뭘말해도 좋고 비슷한 이야기만 들어도 다 내 가수 이야기로 들리거든!"
"허이구, 그 정성을 나한테라도 쏟아 부어라!"
"닥쳐 1분전이야"
"뭐 ㅇ-"
"내가 너 닥치라 했지. 이거 선착순 안에 못들면 내가 너 살해한다 씨발"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합죽이가 되어 무릎까지 꿇고 컴퓨터를 뚫을 기세로 노려보는 강대성을 가만히 쳐다 보았다. 이미 과제는 F를 받았다 치고, 아 모르겠다. 근데
"씨발! 터졌어!!!"
욕하는 것도 이쁘고
"아악!!!!! 선착순 안에 못들면 안되는데!!! 제발 되라되라되라되라되라.."
초조해서 나오는 세 손가락(검지, 중지, 약지)을 토도독, 두드리는 저 버릇도 이쁘고
"어어어- 됬다? 됬어???"
깜짝 놀라서 모니터를 움켜쥐고 얼굴을 바싹 들이대는 저 행동도 이쁘고.. 근데 눈 나빠지겠다. 좀 떨어져라. 아 근데 눈 나빠져서 안경써도 잘어울리겠다. 너는 뭘해도 이쁘니까.
"ㅇ야야 최승현! 이것좀 봐봐 내가 BB 정규 3집 선착순 안에 든거야?"
잔뜩 흥분해서 눈을 반짝이면서 나한테로 시선을 돌리는데 너무 이쁘다.
"그러네"
"우어엉어엉ㅇ어엉어어!!!!!!! 내가!!! 해냈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는 너도 이쁘다.
"너 덕분이다"
"대성아"
"..응?"
나는 너가 이렇게 이쁜데, 너는
"BB냐, 나냐?"
날 좋아해주는 거 맞니?
잠깐동안의 정적. 그리고 어이 없다는 듯한 대성이 정적을 깨트린다.
"BB 좋아"
쿵, 심장이 떨어진다.
"근데 최승현이 더 좋아"
퍽, 이번에는 심장에 타격이 가해진다.
"음, 굳이 뽑으라면 최승현이지"
어쩌지. 얘는 내가 어디에서 껌뻑 죽는지 딱 안다. 그리고 그게 가장 예쁘다.
"하, 진짜 강대성.."
BB가 아닌 나를 선택해 주어서 고마워. 나는 너의 영원한 팬이야.